나를 성장시킨 훌륭한 리더들에 대해 👀
승아씨의 수줍었던 과거 이야기들은 뺐습니다. 같이 일할 때 승아씨의 능력이 부러웠던 적이 종종 있으니, 늘 쫄지 말고 하던 대로 잘 하길 바라요!
27살에 만났던 리더
27살에 만났던 리더는 유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팀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사적인 술자리에서도 호시탐탐하고 이야기를 하는 걸 즐기는 사람. 하지만 난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회사를 놀러 왔어?' '일을 제대로 해주라고요 팀장님.' 그는 일하는 것에 크게 의욕이 없어 보였다.
마케팅이자 영업부서인 우리는 뭐 하나라도 프로젝트를 따와야 돌아갈 수 있는 구조였는데, 그는 그렇게 진취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아니 그럴거면 도대체 왜 저 자리에 앉아 있는 거야?' 그가 무능력해 보였고, 답답했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원하는 브랜드와 제휴를 추진하고 프로젝트를 따내 오프라인 행사를 만들고, 우리에 소속된 모델들을 알리기 위해 스폰서십을 받아 행사를 유치하고, 일을 벌리는 사람이었고, 그때의 리더는 뒤에서 묵묵히 뒷받침해주는 사람. 뭔가 위치가 뒤바뀐게 아닌가 싶지만 그렇게 일했던 것들이 있다.
30살에 만났던 리더
30살에 만났던 리더는 영업, 마케팅, 재무, 경영 등을 전방위를 아우르는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늘 말했다. '전문가는 너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라. 뚫어주겠다.'
그의 말에 힘입어 용기를 내서 차근차근 하나씩 해냈지만 스타트업 환경에서 1인 마케터로서 힘이 부쳤다. 그는 도와주는 만큼 확실한 결과값을 내오라고 다그치는 적도 많았다. '너가 모르는 누가 아냐.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소한 스타트업 환경에 발을 내딛었던 나는 그의 태도가 강압적이고 무섭게 느껴졌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허다했다. 그는 재촉하는 만큼 늘 잘한다고 칭찬을 주는 사람이었지만 스스로가 그걸 받아들일만큼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늘, 주눅이 들고 마케터로서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었는데 그는 나를 보며 '콘텐츠를 잘하는 사람은 너다. 내가 본 마케터들 중에 좋은 자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라고 말해주었다.
서로 이직을 하고 얻갈리면서도 여전히 연락하는 나의 든든한 리더. 다그치고, 압박감을 주긴 했어도 늘 믿어주고 막힌 부분을 뚫어줬던 그가, 돌이켜보니 얼마나 훌륭한 리더였는지 그때는 몰랐었다.
32살에 만났던 리더
32살에 만난 리더는 알만한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자기 사업을 하고 엑시트의 경험도 있는 분이었다. 경청과 인내심이라면 이 분이 최고일까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방향이 확고했고 그게 아니면 늘 아니라는 식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줬었는데 나는 그게 늘 답답했다. 아니면 아니다, 이건 좋다라고 확실한 피드백을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늘 모호하게 피드백을 주는 그 리더가 답답했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기획할 때, 10번 이상 까인적이 있었다. 도통 모르겠어서 도대체 뭐가 중요하고 아닌지 모르겠어서 너우 억울해서 화장실에서 몰래 울고 온 적도 있다.
나중에 브랜디드 콘텐츠를 론칭하고 고객들에게 선보이면서 알았다. '아 그가 그렇게 집요하게 피드백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구나.' '그는 내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 리더가 정말 신사적이였구나.'
그가 강조했던 포인트에 대해서 명확하게 고객이 반응했고 바이럴을 타고 했던 것이다. 피드백을 받을 텐 너무 지긋지긋하고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의 혜안과 아이디어가 정확했다.
지긋지긋했던 그 1년에 정말 많이 배운 것 같다. 리더가 먼저 퇴사했지만, 늘 내게 해줬던 말이 있다. '성공하는 CEO의 자질을 많이 갖고 있다. 커리어적으로 콘텐츠 분야에 전문가가 되서 잘 성장해라.'
돌이켜보니 그들이 모두 나를 성장시켰다
그때는 죽을만큼 밉고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니 그때 그 리더들이 아니였다면 정말 내가 어떻게 이 시장에서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가끔 생각한다. 내 능력을 알아봐주고, 나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리더지만 때론 뒤에서 묵묵히 밀어줬던 나의 훌륭한 리더들. 너무도 신사적이었고 너무도 능력자였던 나의 리더들.
자기 밖에 모르고 항상 내가 최고인 줄 생각했던 부끄러웠던 내가, 그들을 만나 성장하고 타인을 이해하면서 협업하는 방법을, 때로는 내려놓는 방법을, 함께하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 같다.
고맙고 감사한 나의 리더들.
마케터 에블린(Evelyn)
ill.marketer.evelyn@gmail.com
-매거진 마케터 출신
-커머스 웹, 앱을 거쳐 B2B SaaS 업계에 잠깐 발을 담갔다가 매운맛(?)을 본 마케팅 노동자
-언젠가 자유롭게 일하는 노마드의 삶을 꿈꾸며 오늘도 존버하는 중